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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tastic Friends, 이승환 Album Talk

 무려 20년, 숫자만 보아도 입이 떡 벌어지는 시간동안 오직 음악으로 대화를 건 낸 뮤지션이 있다. 이승환, 이름만으로도 전설이 된 그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그의 음악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별이 되었다. 가슴이 아린 사람에게는 치유를, 도전을 앞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며 약장수가 떠들썩하게 팔아대는 ‘만병통치약’ 처럼 화끈한 치료효과를 자랑했다. 이승환의 약물(!)은 처방전 없이도 맘껏 구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는 축복이기도 했을 터, 늘 변함없는 상상력으로 ‘쿠데타’ 를 일으켜 댔던 열정은 변함없이 녹아있었다. 이런 그에게 뮤지션과 리스너들의 끝없는 찬사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 는 ‘찬사’ 를 위한 앨범이다.



 이승환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 는 솔직하고 담백한 앨범이다. 데뷔 앨범 [B.C 603]부터 시작한 20년의 여정을 별다른 가공없이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원작이 완성도를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는 목표에 충실했고, 앨범에 담긴 리메이크 곡 모두 ‘웰메이드’ 넘버로 다시 태어났다. 일단 타이틀 곡인 ‘좋은 날2’ 를 주목하자. 데뷔 앨범에 수록되었던 ‘좋은 날’ 의 두 번째 버전 격으로 보면 좋을 이 곡은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 의 의미를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월이 가도 오리지널리티의 흙냄새는 가시지 않는 법, 구수한 된장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옛 넘버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환타스틱한 친구들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좋은 날2’ 는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억과 동시대의 감각이 만나 탄생한 따뜻한 넘버다. 티저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던 ‘서우’ 가 피쳐링한 ‘My Fair Lady' 도 새롭다. 금실금실한 서우의 매력이 녹아드는 방식이 무척 깔끔하게 맘에 든다.


 20년의 시간에 색다른 감각을 더한 뮤지션들의 면모도 남다르다.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가 되었던 ‘심장병’ 의 MC 스나이퍼, 아웃사이더, 호란, 그리고 ‘덩크슛’ 의 조권과 웨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에서는 클래지콰이(Clazziquai)가 엣지있는 포장솜씨를 뽐낸다. 인위적인 조미료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센스로 리스너의 귀를 간질인다. 깊어가는 가을, 낙엽을 밟으며 들으면 더욱 분위기가 오를 상큼한 분위기는 넉넉한 덤이다. 윤건과 이하늘, 타이거 JK, 버벌진트(Verbal Jint) 등은 ‘체념을 위한 미련’에서 호흡을 맞췄다. 과거에 매몰된 적이 없는 이승환의 음악에 입혀진 화려한 랩핑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곡의 분위기를 잔잔하게 이끌어 가는 윤건의 보컬과 각자 맡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이하늘과 타이거JK의 능력은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윈터플레이(Winterplay)가 재지한 느낌으로 만들어낸 ‘텅 빈 마음’ 과 유희열과 김종완의 감수성 가득한 ‘내가 바라는 나’, 그리고 이국적 느낌이 가득한 윈디 시티(Windy City)의 ‘크리스마스에는’ 도 놓치면 후회할 넘버들이다. 특히 앨범에서 새로운 맛을 보고 싶다면 윈디시티의 곡은 반드시 청취해야 한다. ‘김반장’ 의 ‘음악차력쇼’ 는 그야말로 감동의 궁극이니 말이다. 방점을 찍는 넘버는 명곡 ‘붉은 낙타’ 다. 피아(Pia)와 윤도현, 김진표, 노브레인(Nobrain)의 이성우가 하드한 느낌으로 표효 하는 시원한 느낌으로 ‘붉은 낙타’ 의 상징성을 되살렸다. 정평이 나있는 그들다운 색깔로 다시 듣는 이승환의 명곡은 가슴 뻥 뚫리는 짜릿함 그 자체다.


 필자는 음악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세대 간의 공감’ 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아버님 세대가 듣던 음악을 신세대가 듣고, 또 신세대가 듣는 음악을 아버님 세대가 들을 수 있다. 이런 반복적 과정 속에 접점을 찾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 는 이런 기능에 충실하다. 20년전 이승환의 음악을 들었던 사람에게도, 그리고 지금 새로 이승환의 음악을 접하는 사람에게도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 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는 시대를 넘어 신화를 썼다. 아직도 음악이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지니는 건 당연하다. 이승환은 ‘현재진행형’ 이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빌보드차트와 Wonder Girls Arcticle

 대한민국의 첫 번째 빌보드차트 이정표의 주인공은 원더걸스(Wonder Girls)였다. 이미 기사화 되었다시피 원더걸스는 10월 31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많은 아티스트들이 미국 진출을 모색하며 도전해 왔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지근한 반응 속에 묻히기 일쑤였고, 차트에 오른다 해도 싱글차트가 아닌 군소 차트에 오르는 것이 다였다. 결국 메인 차트는 ‘난공불락’ 의 성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리따운 소녀들은 마침내 대어를 낚았다. 115년 동안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철옹성을 가녀린 소녀들이 뚫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Music Music Music..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곡은 ‘Nobody' 였다. 미국에 진출하면 현지 프로듀서들에게 트렌드에 맞는 곡을 받아 터뜨리는 게 정석일 터,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발상을 전환한 게 원더걸스를 차별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음악 자체는 어느 정도 미국발 트렌드를 흡수한 곡이었지만, 여기에 ’복고‘ 컨셉을 더하며 신선함을 담보했다. 한국 시장에서 익힌 무대 노하우와 트렌드 감각은 미국 리스너들에게 색다른 센스로 다가왔고, 다양한 취향을 지닌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태껏 미국에 진출했던 아티스트들의 전례를 뒤쫓지 않은 게 원더걸스에게는 최고의 무기이자 히트 코드였던 것이다.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 미국을 누비다


 홍보 방식도 남달랐다. 원더걸스가 택한 홍보 방식은 ‘콘서트 게스트’ 였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재야의 인재’ 가 되면 의미가 없는 법, 아이돌 스타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 는 최고의 조력자가 되 주었다. 미국 전역을 누비며 매 공연마다 오프닝 무대에서 ‘Nobody' 를 선보인 건 훌륭한 홍보 수단으로 작용했다. 현지 사람들과 손을 잡고 펼친 발로 뛰는 공격적 마케팅은 성공적이었음에 틀림없다. 결과가 증명해 주지 않는가? 이 또한 기존의 아티스트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박진영의 홍보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노력의 결실, 뛰고 또 뛰어라


 박진영이 처음 미국에 건너갔을 때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했음은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철저한 프로모션과 홍보, 그리고 발로 뛰며 알린 구슬땀의 결실로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곡을 제공하고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박진영은 그간 다져놓은 토양위에 원더걸스의 뿌리를 심기 위해 끊임없이 구조를 개척하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앞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하게 될 원더걸스에게도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비옥한 땅은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해당 기획사에 있습니다.


이승환 20th Anniversary Special


 그에게 무슨 수식어가 가장 어울릴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어처구니없고 뜻을 알 수 없는 외계어가 어울릴 듯도 하다. 그가 외계인 같은 상상력과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언어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를 설명하기란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만드는 일이다. 몰라보게 숱이 줄어든 머리 스타일을 보며 닭똥 같은 눈물을 쏟는다 해도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이다. 찬사가 절로 터지는 뮤지션, 제한된 표현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살아있는 전설, 바로 이승환이다. ‘네버랜드’ 에 발을 들여놓은 듯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외모로 ‘꿈의 공장(Dream Factory)’을 진두지휘하며 수많은 팬들의 가슴에 감성과 정열의 불을 지폈다. 젊음의 매력을 실감하며 보고 느끼는 음악의 시대를 열어젖힌 라이브의 황제, 그래서 그는 ‘판타스틱’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함에 매몰될 수 있는 대중문화의 맹점을 드러나지 않고 신선한 음악을 가득 차려 내었고, 결국 수많은 몬스터를 때려잡으며 아티스트로서 만랩(!)을 찍었다. 능력 있는 후배들을 알아보는 눈은 또 어떤가. 그에게 있어 ‘꿈의 공장’ 은 단순한 기획사가 아닌 자신의 비전을 맘껏 펼쳐 보이는 공간이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승환의 비전은 대중문화의 한 폭에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무언가를 답습하거나 섣불리 따라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창의력, 대중들은 그의 도전과 시도에 끊임없이 놀라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전설을 쓰며 걸어온 시간이 벌써 20년이다.


Discography



1집 B.C 603


누군가의 성장기, 누군가의 청년기, 그리고 누군가의 장년기를 함께 했던 기념비 적인 데뷔 앨범. 추억과 풋풋함이 살아있는, 그래서 더 따뜻한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었던 유기농 앨범. ‘텅 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등 이승환 표 발라드의 시작을 알렸던 곡들과 락 적 요소가 가미된 곡들을 만날 수 있다.






2집 Always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았던 앨범. 밝은 분위기와 어두운 분위기가 공존하는 매력으로 많은 리스너의 귀를 사로잡았다. 1집에 이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으로 대중적인 터치를 가미했고, 아티스트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 조리며 기다렸다가 공테이프에 녹음해 늘어질 때 까지 듣고 또 들었던 곡들도 가득하다. 두근두근 기다리다 놓쳐버리면 그때의 그 아쉬움이란..





Live The Show


라이브 황제의 시작을 알린 라이브 앨범. 1집과 2집, 그리고 이오공감의 곡들을 담았다. 극한감동과 무한 체력, 그리고 무한 뜀박질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3집 My Story


애절하면서도 가슴을 파고드는 보이스가 돋보였던 세 번째 앨범. 모친상 이후 만든 앨범이라 슬픔을 주체하기 어려웠던 아픔이 느껴진다. ‘너의 기억’, ‘화려하지 않은 고백’, ‘내게’ 등 준수한 넘버들이 가득했고, 원조 주문송 ‘덩크 슛’ 도 만날 수 있다.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런 감흥을 추구했던, 그래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웰메이드 앨범이다.






4집 Human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담아낸 수작. 반복청취에도 물리지 않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구현해 낸 건 최고의 업적이라 할 만 하다. 대중적 인기에 매몰되었다면 이런 앨범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터, 하지만 이승환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뽐내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한 보따리 풀어놓았다. [Human] 으로 다져진 확고한 매니아층은 그가 오랜 음악생활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5집 Cycle


발매 된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명반으로 손꼽히는 앨범. 한 곡 한 곡이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고, 세련된 사운드와 이승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창성이 가득해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매력을 지녔다. ‘가족’, ‘붉은 낙타’, ‘애원’, ‘사자왕’ 등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이 즐비하다. 평생 끼고 가도 모자를 무한 감동의 판타지.






Live 무적전설(無敵傳設)


케이스부터 차갑고 싸늘하게, 하지만 누구보다도 깊게 파고드는 라이브 앨범. 97년부터 99년까지의 콘서트를 실었으며, 라이브 황제라는 칭호에 걸맞게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6집 The War In Life


팬들이 최고로 꼽는 ‘4,5,6 라인’ 의 마지막 앨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가 변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며 쇠할 것 같았던 상상력은 오히려 더 커졌다. 내리막을 기대했던 모든 이들은 무릎을 꿇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실험정신’ 이라는 단어를 갈수록 되새기게 만들었던, 그래서 모든 이의 열정에 불을 지펴준 따뜻한 선물.






유치뽕(Yuchippong)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음반. 음반 구조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이때부터 간파하고 있던 선견지명을 지닌 이가 바로 이승환이었다. 앨범 제목만큼이나 재기 넘치는 가사들로 리스너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잔뜩 전파했다.








7집 Egg


창의력으로 무장한 두뇌로 전체를 진두지휘했던 앨범. 노란색으로 치장한 자켓에서부터 홈페이지에 이르기 까지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요소가 없었고, 뮤비도 독특한 상상력으로 눈길을 모았다. 락과 발라드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편안하게 즐기며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을 많이 담아냈다. 4,5,6 집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중과의 소통을 열어젖힌 면에서는 큰 점수를 받아야 하는 앨범.





Serious Day


어떤 음악을 해도 잘 어울리는 그가 발표한 편집 앨범. 정규 앨범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운드와 음악은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곡이 많이 않았던 탓에 임펙트는 약간 부족했지만, 뉴메틀 사운드를 구현한 ‘Inmost' 는 꼭 들어봐야 할 트랙이다.







8집 Karma


자신만의 색깔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현해 내는데 익숙해진 이승환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앨범. ‘심장병’ 을 비롯해 라이브 무대에서 들으면 감동 백배인 트랙들이 많이 수록되었고, 대중성을 넘어서는 그의 ‘옹고집’ 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 후반부에 배치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빚어낸 그의 장인 정신은 이미 정점에 이른 상태였지만, 그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리스너들의 감동은 여전했다.




Live 반란


가장 아름다운 곡들을 가장 확실하게 담아낸 가장 짜릿한 라이브의 진수.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듣고 느껴야 하는 앨범이기에.










9집 Hwantastic


이승환의 음악적 ‘쇠고집’ 이 잘 드러난 앨범. 최고수준의 사운드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고,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의욕은 변함없이 거대했다. 국내 시장에 몇 안 되는 뮤지션이라는 주변에 찬사와는 별개로 식지 않는 열정은 모든 세대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말랑 & 몽롱


안타까운 일이 가득한 시대에 긍정적 마인드를 팡팡 쏴준 앨범. 리스너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아티스트의 투철한 책임감을 100% 발휘한, 아름다운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음악적 욕심은 누구보다도 많았던 그, 숨 가쁘게 달려온 20년은 그에게 숱한 훈장을 달아주었다. 벌써 후배 아티스트들이 그의 음악을 되살리는 작업을 볼 나이가 되었으니 뚜렷한 발자취에 놀라고 또 놀랄 뿐이다. 사실 트렌드를 은근슬쩍 따라가고, 단순한 음악을 남발하는 시대에 20년간의 디스코그래피 중 망작도 없고 트렌드에 편승한 앨범도 없다는 사실은 큰 귀감이 될 만하다. 우리 세대의 꿈을 이끌어온 선장, 앞으로도 그 모습 그대로 영원하길. 세대를 넘어 공감과 희망을 전하는 아티스트로 영원하길. 나이를 알 수 없는 외모로 노안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매력도 영원하길....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HEXAGONAL], 리쌍 Album Talk

 말할 때만큼은 ‘윤문식’ 선생님이 되는 ‘개리’ 와 예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길’, 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어떤 모습을 상상해도 좋다. 하지만 음악에서만큼은 다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들은 ‘리쌍’ 이기 때문이다. 2002년 데뷔앨범 [Lessang Of Honey Family] 를 시작으로 오리지널리티가 강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앨범을 낼 때마다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동시에 얻는 데 성공했다. 현실과 감수성을 꿰뚫는 직설적이고 진솔한 가사도 항상 화젯거리였으니, ‘음유시인’ 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어도 아깝지 않는 아티스트라 할 만 했다. 이런 그들의 과거 전력 덕분에 ‘길’ 의 예능 외유가 걱정스러웠던 팬들도 있었을 터, 하지만 6번째 앨범 [HEXAGONAL] 을 들어보면 리쌍의 음악은 여전히 실하다.


 

 앨범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화려한 ‘지원군’ 들이다. 앨범뒷편 피쳐링 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이적이나 최강의 재즈 뮤지션 말로(Malo)의 이름도 보이고, 진정한 음악 승부사라 할 만한 장기하의 얼굴들, 캐스커(Casker), 루시드폴의 이름도 보인다. 게다가 무한도전에서 함께 팀을 이뤘던 윤도현의 모습도 보이고, 국내 힙합계를 이끌어 가는 무브먼트(Movement) 식구들인 드렁큰 타이거(Drunker Tiger),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비지(Bizzy) 도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리쌍은 이 화려한 객들을 맞아 그들의 색깔을 최대한 살리는 최상의 예우를 보인다. 단순히 목소리만 빌려주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앨범을 한 층 구수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피쳐링 보다는 공동 작업이라고 말하는 게 더 옳을 듯하다.


 

‘Carousel’에서 이적의 보이스는 가슴을 후벼 파는 감동 그대로다. ‘우리 지금 만나’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필시 ‘장교주’ 의 매력임에 틀림없고, ‘운명’에서 들을 수 있는 말로의 화려한 스캣도 앨범에서 듣던 바로 그 스캣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량음료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Run' 의 YB, 그리고 ’부서진 동네‘ 를 함께한 루시드 폴과 ’Journey‘ 를 함께 한 캐스커는 리쌍과 함께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맘껏 뽐낸다. 어디서도 주눅 든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워낙 괜찮은 뮤지션들이니 주눅이 든다는 것도 어색하긴 하지만, 그만큼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앨범 [HEXAGONAL] 은 근래 보기 힘들었던 선택의 다양성으로 꽉 차 있다. 천편일률적인 음악만 난무하는 현실에서 앨범 한 장 안에서도 고를 음악이 있다니, 참 흐뭇한 사실이다.

 
 

 특유의 매력을 뽐내던 ‘개리’ 의 랩도 변함이 없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리스너의 귀를 파고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변해가네’ 등 개리와 길만의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넘버가 한 둘이 아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한 편의 시를 낭송하듯 가슴에 와 닿는 가사를 듣다보면 출퇴근길 교통체증도, 지겨운 하루 일과도 문제없다.


 

 리쌍만이 해 낼 수 있는 음악이다.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다. ‘트렌드’ 라는 열병에 지쳐버린 이라면 거침없이 리쌍의 앨범을 선택해야 한다. 인생사 모든 감정이 녹아있는 신기한 앨범이다. 긴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또 한번의 음악적 성취는 빛을 발할 준비가 되어있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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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감수성의 향연, Loveholics Album Talk

 달력을 한 장씩 넘기다 9월이 나타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북!’ 하고 찢겨나가는 종이만큼이나 마음에도 움푹 외로움이 파인다. 이유 없이 쓸쓸해지고, 센치해져서 나도 모르게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계절, 일교차를 벌려가며 다가오는 가을은 사람을 달라지게 만든다. ‘가을’ 을 타는 것이다. 아무리 시가 절로 나오게 하는 분위기라해도, 시도 때도 없이 가을타면 주책에 궁상이라고 괜한 욕을 먹겠지만, 사계절 내내 가을타는 러브홀릭스(Loveholics)의 두 남자는 사랑만 잔뜩 먹고 지금껏 버텨왔다. 도대체 어떤 뇌 구조를 지녔는지 삼복더위와 칼바람도 이들의 감수성을 막지 못한다. 강현민과 이재학 앞에서는 대한민국이 사계절을 지녔다는 당연한 사실도 의문이 생길 정도다.


 러브홀릭스의 전신인 러브홀릭(Loveholic) 때부터 감수성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눈물만 짜내지 않는 다양한 느낌의 향연, 감성적인 터치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퍼져나갔다.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을 음미하면 스쳐지나가는 삶의 파노라마, 그들만의 모던록 한 편으로 러브홀릭스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보컬이었던 ‘지선’ 의 탈퇴이후 발매했던 첫 싱글 ‘Butterfly' 는 플럭서스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차린 최고의 만찬이었다. 종합선물세트를 방불케 하는 보컬의 다채로움 속에 ’희망‘ 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꺼냈고, 영화 [국가대표] O.S.T에 실리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두 번째 싱글이었던 ’Miracle Blue' 도 남달랐다. 영화배우 신민아와 만남으로 신비감이 더해졌고,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졌다. 이제는 슬슬 ‘만랩’ 을 향해 가고 있는 그들이기에 실망감에 대한 우려는 적었지만, 첫 번째 정규앨범 [In The Air]는 그나마 남아있는 불신마저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난 색채를 과시한다.


 

 일단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러브홀릭스가 멀티 보컬 체제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특징을 가진 보컬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자칫 앨범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가져갈 우려가 존재했지만, 신기하게도 러브홀릭스의 앨범은 유기적인 방향성을 보여준다.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분위기에 따라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린 탓이다. 덕분에 개성강한 보컬들이 자신만의 매력을 그래도 가져가며 러브홀릭스라는 큰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잊어버린 감수성을 향한 여정은 시크한 남자 김지석이 뮤직비디오에서 열연한 ‘아픔’ 부터 시작하면 좋다. 러브홀릭스 특유의 감성적인 터치와 멜로디가 곳곳에 묻어나며 아련한 가슴 한 켠을 치는 무게감 있는 넘버다. 신인답지 않은 완급조절로 완벽한 감정이입을 보여주는 화가출신 보컬 ‘장은아’ 의 엄청난 존재감에 감탄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다. 감수성의 미학은 크리스티나가 참여한 촉촉한 느낌의 넘버 ‘Raining' 과 인디고의 미키(Miki)가 함께한 ’Message From Tokyo', 아림의 청아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몰라야 할 말’ 로 이어진다. 특히 한 곡 안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는 미키의 능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아하고 맑은 분위기를 전하는 곡들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경쾌한 분위기 속에 오묘한 감성의 선을 보여주는 ‘바람이 참 매섭다’ 와 밝고 청량한 이미지의 ‘Beautiful’ 이 그 주인공이다. 더블유 앤 웨일(W&Whale)의 길쭉한(!) 완소 보컬 웨일(Whale)은 ‘바람이 참 매섭다’에서 일렉트로니카에서 벗어난 따뜻한 보이스를 들려주고, 박혜경과 박기영이 쌍두마차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Beautiful' 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 여성 보컬의 역사를 함께 건너온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나칠 정도로 향기로워 질투가 날 정도다. 여정이 길어 피곤했다면 마무리를 위해 ’Butterfly' 가 후식으로 준비되어 있다. 드림팀을 방불케 하는 보컬의 향연과 영화의 감흥, 그리고 음악 자체의 희망적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앨범을 차분히 마무리하면 좋다. 잘 이끌어온 분위기를 막판에 망쳐놓은 일명 ‘방화범’ 앨범과는 격을 달리하는 훈훈한 모습이다.


 러브홀릭스는 데뷔 이래 꾸준히 대중들의 마음 구석을 간질였고, 이 능력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 냄새가 배어나고, 어떤 음악보다도 구수한 매력이 넘친다. 각박한 삶 속에 감수성을 잠시 숨겨놨다면, [In The Air] 를 들으며 어루만져도 좋을 듯하다. 건장한 두 남자, 이번에 ‘가을’ 제대로 탔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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