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집에서는 그룹명을 더블유(W)로 바꾸고 일렉트로닉 팝으로 방향을 바꿨다. 클래지콰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말이다. 음악은 조금씩 대중성을 찾기 시작했고, 많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플럭서스와 계약을 한 것도, 어느 정도 메인스트림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두 번째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다. ‘비주얼’의 부족이었다. 음악은 대중성을 확보했지만, 그룹 자체는 대중성이 떨어졌다. 방송에 나가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얼굴’ 이 부족했다. 그리고 지난 3년의 공백 기간 동안, 더블유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여성 신인 보컬 웨일(Whale)을 프론트 우먼으로 내세운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대중들의 깊은 공감을 얻기 위한 더블유의 시도는 끝이 없었고, 또 한 번의 팀명 교체와 [Hardboiled] 앨범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웨일이 팀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는 앨범 커버와 무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웨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마치 자동차 충격 실험에 등장할 법한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웨일이 노래를 하는 동안, 나머지 멤버들은 가면을 쓰고 열심히 음악을 연주한다. 약간은 ‘칙칙’ 할 수 있었던 더블유의 보이스와 분위기를, 웨일은 산뜻한 느낌으로 바꿔주고 있다. 이런 웨일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가면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블유가 얻고 싶었던 것, 자우림의 최강의 밴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를 웨일에서 찾고 있는 듯 하다. 어쨌든 멤버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모 기업 광고에도 가사를 바꿔 곡이 삽입되었으며 방송 출연도 했다. 웨일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광고의 원곡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음원 사이트를 찾았다. 이정도면 이미 전략은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Too Young to Die (too drunk to live)'와 ’월광‘ 도 멋진 트랙이다. 때로는 가벼운, 때로는 광폭한 레이브 사운드가 곡의 전반을 이끌고 나가지만, 웨일의 보이스는 그 속에서도 확실한 빛을 뿜어낸다. ’월광‘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광폭한 분위기지만, 웨일의 보이스는 정말 섹시하게 느껴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밤을 위한 곡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최종병기 그녀‘, ’고양이 사용 설명서‘ 등은 더블유가 추구하던 일렉트로닉 팝에 부합하는 넘버다.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기본적인 음악의 방향과 색깔은 놓지 않았다. 이번 더블유 앤 웨일의 음반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독불장군처럼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공감과 소통, 그 의미를 명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유의미한 음악으로, 결국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글/팝컬럼리스트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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