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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팝의 대안, W&Whale Album Talk

 

 86년생인 필자는 잘 모르지만, 30대 지인들로부터 수없이 들었던 ‘코나’ 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배영준과 코나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잔뼈가 단단한 한재원과 김상훈이 의기투합해 만든 전자음악 밴드 Where The Story Ends, 여기에서부터 더블유 앤 웨일(W&Whale)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코나 시절부터 서정적인 멜로디와 독특하고 시적인 가사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배영준은 Where The Story Ends 에서도 특유의 감각을 맘껏 발휘했다. ‘안내섬광’ 이라는 곡을 들어본 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첫 번째 문제점이 터져 나왔다. 대중성의 부족이었다. 뛰어난 음악을 만든 건 맞았지만, 대중들이 공감할 만큼 편안한 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색깔이 너무 강했다.

 2집에서는 그룹명을 더블유(W)로 바꾸고 일렉트로닉 팝으로 방향을 바꿨다. 클래지콰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말이다. 음악은 조금씩 대중성을 찾기 시작했고, 많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플럭서스와 계약을 한 것도, 어느 정도 메인스트림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두 번째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다. ‘비주얼’의 부족이었다. 음악은 대중성을 확보했지만, 그룹 자체는 대중성이 떨어졌다. 방송에 나가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얼굴’ 이 부족했다. 그리고 지난 3년의 공백 기간 동안, 더블유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여성 신인 보컬 웨일(Whale)을 프론트 우먼으로 내세운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대중들의 깊은 공감을 얻기 위한 더블유의 시도는 끝이 없었고, 또 한 번의 팀명 교체와 [Hardboiled] 앨범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웨일이 팀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는 앨범 커버와 무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웨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마치 자동차 충격 실험에 등장할 법한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웨일이 노래를 하는 동안, 나머지 멤버들은 가면을 쓰고 열심히 음악을 연주한다. 약간은 ‘칙칙’ 할 수 있었던 더블유의 보이스와 분위기를, 웨일은 산뜻한 느낌으로 바꿔주고 있다. 이런 웨일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가면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블유가 얻고 싶었던 것, 자우림의 최강의 밴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를 웨일에서 찾고 있는 듯 하다. 어쨌든 멤버들의 생각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모 기업 광고에도 가사를 바꿔 곡이 삽입되었으며 방송 출연도 했다. 웨일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광고의 원곡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음원 사이트를 찾았다. 이정도면 이미 전략은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Hardboiled]의 음악도 많은 변신을 거듭한 것 같다. 더블유가 그동안 들려주었던 음악과는 약간 방향이 다르다. 일단 어려운 요소가 많이 사라졌다.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던 지나친 전자음을 약간 지우고, 팝적인 멜로디와 전자음을 듣기 좋게 섞어 놓았다. 게다가 배영준이 코나 때부터 연구해 오던 월드뮤직적인 색깔도 대부분 사라졌다. ‘마녀! 여행을 떠나다’ 를 들으면 보사노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영준은 끊임없이 월드뮤직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고, 더블유와 Where The Story Ends에서는 전자음과의 ‘동거’ 를 시도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신통치가 않았다. 결국 대중성을 완벽히 가미한 이번 앨범에서는 시도의 흔적을 스스로 지웠다. 빈자리는 트렌디하고, 듣기 쉬운 사운드로 채웠다. 모 기업 광고에 삽입되었던 ‘R.P.G. Shine'은 좋은 예다. 멜로디가 가볍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이다. 그래서 광고에서도 더욱 빛이 났다. 여기다 코나 시절부터 보여온 가사에 대한 센스를 슬며시 포개놓았다. 리스너들은 감각에 놀라고, 가사에 한 번 더 놀란다. 변화의 핵심인 것이다.
 'Too Young to Die (too drunk to live)'와 ’월광‘ 도 멋진 트랙이다. 때로는 가벼운, 때로는 광폭한 레이브 사운드가 곡의 전반을 이끌고 나가지만, 웨일의 보이스는 그 속에서도 확실한 빛을 뿜어낸다. ’월광‘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광폭한 분위기지만, 웨일의 보이스는 정말 섹시하게 느껴진다. 들으면 들을수록 밤을 위한 곡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최종병기 그녀‘, ’고양이 사용 설명서‘ 등은 더블유가 추구하던 일렉트로닉 팝에 부합하는 넘버다.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기본적인 음악의 방향과 색깔은 놓지 않았다. 이번 더블유 앤 웨일의 음반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독불장군처럼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공감과 소통, 그 의미를 명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유의미한 음악으로, 결국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차차 연구한 대중성에 대한 결과는 이렇게 드러났다. 부담감이나 고집을 버리고 대화에 초점을 맞췄고, 결국은 이뤄냈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웨일의 발전, 그리고 멤버들이 더욱 더 음악에 집중한다면 더블유 앤 웨일의 비상은 끝이 없을 것이다.



                                                                                                                          글/팝컬럼리스트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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