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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뮤지션을 꿈꾸는 아티스트, 다비나 Album Talk

 잠시 NBA(미국프로농구)의 경기 모습을 상상해본다. 특정 선수의 이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름만 대면 아는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이 NBA 무대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농구경기에서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장기와 관련된 포지션이라면, 자리를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실력을 뽐낸다. 게다가 겹겹이 수비가 에워싸도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득점을 올린다.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음악계에도 이런 아티스트들이 있다. 일인다역을 자청하며 앨범의 방향을 결정하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 내며 스스로 결정을 짓는다. 음악과 관련된 문화가 소비적으로 바뀌었다지만 상품보다는 음악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내뿜는다. 그래서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지만,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하려고 하는 ‘다비나’ 역시, 음악을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끈을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매듭지은 아티스트이다.


 다비나는 4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음악적 자양분을 어릴 때 들었던 LP라고 말했던 릴리 알렌(Lily Allen)의 이야기처럼, 다비나도 깊은 음악적 이해의 폭을 어려서부터 남달랐던 음악에 대한 관심에서 찾는다. 이후 UCLA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며 피아노 협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모비(Moby)등과 함께 Watermusic Records에서 발매한 ‘This Is Techno' 컴필레이션 앨범에 곡을 수록하기도 했다. 장르를 넘나들며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욕심이었다. 이렇게 클래식과 일렉트로니카를 넘나들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 장의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2장의 앨범을 살펴보기 전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앞에서 언급했던 스스로 결정하는 아티스트라는 사실이다. 다비나는 자신이 가진 음악적 세계를 충실히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작업을 하며 작가, 작곡, 편곡, 노래, 레코딩, 믹싱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소화해 냈다. ‘세계 최초’ 라는 수식어 보다는, 꿈꿔온 음악적 세계를 표출하고 싶은 그녀의 열정을 먼저 언급하고 싶어지는 부분이다.


 

 두 장의 앨범은 뉴에이지 앨범인 [White Label]과 일렉트로니카 앨범인 [Black Label] 로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과 뉴에이지의 경계선을 잘 찾아내 깔끔한 음악을 담아낸 [White Label]에서는 음악적 본연의 가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왕따 소년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거듭나며 상처를 이겨낸 앤드류 존스턴(Andrew Johnston)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귀를 현혹하는 자극적 트렌드 속에서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느낌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다비나의 [White Label]도 같은 느낌에서 바라보면 좋다. 짧은 시간 귀를 즐겁게 해주고 기억에 남지 않는 트렌드를 벗어나, 아름다움과 휴식을 대변하는 감성적 음악을 만들어 냈다. ‘바람이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할 수 있다면..’ 이나 ‘Remember The Rain', 'Wonderland', ’Ave Maria'등 수록되어 있는 모든 넘버들이 담백하고 신선하다. 음악적 경계선을 정하는 몸짓도 과감하다. 클래식에 집착했다면 무거워질 수 있고, 뉴에이지에 집착했다면 너무 가벼워 질 수 있는 부분을, 대범한 음악적 고민으로 해결해 내었다. 시류에 서투르게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낸 것도 칭찬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Black Label]은 일렉트로니카 앨범이지만, 지배적인 사운드와는 방향을 달리한다. 기술을 집약적으로 이용해 가장 말쑥한 편곡을 해내는 것,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을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일렉트로니카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비나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은 이런 지배적 미덕을 방향으로 삼지 않았다. 광포하고, 쉴 새 없이 넘실대는 ‘깔쌈한(!)’ 전자음악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인간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발산한다.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사납게 달려드는 음악이 아닌, 매 마른 곳까지 만져줄 수 있는 음악이 된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방향성을 지니고도 트랜스, 하우스, 테크노, 칠아웃 등 다양한 장르는 제대로 표현해 내었다. 미국의 일렉트로니카 전문 레이블인 ‘Water Music Records'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었던 세계적 수준의 곡 ’Reflection of Sunlight'과 ‘Love Me'를 필두로 브릿팝을 듣는 것 같은 몽환적 느낌을 자아내는 ’Yearning'과 ‘Breathing Without Air', 일렉트로니카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Crush', ‘Kiss Me' 까지, 대중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넘버들이 가득하다.


 클래식과 일렉트로니카는 서로 다른 감수성을 표현하기에 동시에 작업하기 쉽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다비나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자신이 꿈꾸던 음악 세계를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소박하지만, 강한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한 번의 주목으로 최고의 스타 반열에 오르는 가수보다는, 끝까지 음악을 하며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은 앨범 안에서 힘을 얻어 빛난다.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다비나의 음악 세계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글/팝컬럼리스트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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