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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의 미학, 이바디 Album Talk


 클래지콰이와의 첫 만남은 확실히 문제적이었다.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알게 된 사이트에서 mp3로 링크만 되어있던 음악을 들었다. 가수의 이름도 잘 모른 채 행한 일명 ‘도둑청취’ 였다.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느낌과 함께 몽환적으로 몰려오는 인코그니토(Incognito)의 짜릿함과 하우스의 흥겨움이 함께 어우러진 첫 느낌은 정말 강렬했다. 마치 물 건너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지만 한글 가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자극적이었다. 가요계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가수 하나 나왔다는 반가움도 들었다. 예상은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들어맞았다. 앨범을 낼 때 마다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사운드파트’ 를 벌였고,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느꼈던 장르들을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로 대중들의 가슴속에 찔러 넣었다.

 
 

 그러던 2008년 어느 날, 클래지콰이의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호란’ 의 외도(!) 소식이 전해졌다. 이바디(Ibadi)라는 포크 밴드의 보컬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조금씩 기억의 끈을 더듬어 보니 호란이 포크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 본래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가 포크라고 공공연히 밝혔고, 수잔 베가의 내한공연에 찾아가 가수인데 당신을 너무 좋아한다는 수줍은 동경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던 솔직한 아티스트로 바로 그녀였다. 게다가 각종 매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나 음반을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포크나 어쿠스틱 성향의 곡들을 많이 이야기해 왔다. 일렉트로니카와 포크는 접점이 약간 떨어질지 모르지만, 호란이라는 아티스트와 포크의 접점을 결코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호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확실히 해보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 같다.


 

 음악적 동경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첫 번째 앨범 [Story Of Us]를 넘어 미니앨범 [Ophelia] 에 이르렀다. [Ophelia]는 햄릿의 여인이자 슬픈 사랑의 주인공인 ‘오필리어’ 를 주제로 곡을 이끌어 나간 독특한 컨셉의 앨범이다. 예전 돈 맥클린이 버디 홀리를 추모하며 만들었던 ‘American Pie'나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던 ’Vicente‘ 같은 컨셉이 뚜렷한 명곡들을 생각나게 하는 쉽지 않은 발상이다. 첫 곡 ’Love Letter'부터 앨범의 색깔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오필리어가 햄릿의 구애 편지를 받은 직후의 행복감을 묘사한 이 곡은 첫 번째 앨범의 화두였던 ‘미니멀리즘’ 을 그대로 따라간다. ‘미니멀리즘’ 은 전자음이 난무하고, 사람의 연주보다는 컴퓨터의 연주가 정답이 되어버린 트렌드에서 최대한 적은 악기와 최소한의 기교로 담백한 음악을 선사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주제였다. 불필요한 사운드는 줄이고 빼냄으로서 과감하게 다이어트를 선사하고, 음악적인 감수성에 꼭 필요한 재료만을 엄선해 곡을 만든 것이다. ‘Love Letter' 역시 그러하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밀회의 순간을 노래하는 ’Secret Waltz'도 그렇다. 돋보이는 건 호란과 이승열의 보이스와 자연스러움이지 결코 소리가 아니다. 슬픔의 감정을 토로하는 넘버 ‘The Day After'와 ’탄야‘, ’오필리어‘ 에서도 초점은 호란의 보이스와 가사에 맞추어져 있다. 호란의 보이스를 감싸고도는 연주는 호란과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지극히 음악 자체의 매력을 발산하려는 시도이다. 그래서 앨범을 더욱 더 담백하고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게다가 일렉트로니카로 다져진 호란의 보이스는 포크에서 색다른 감수성을 보여준다.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세련된 틈을 놓치지 않으며, 포크라면 으레 생각나는 표현의 방식은 이바디의 음악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칫 앨범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호란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커버하며 새로운 포크의 공식을 슬쩍 내놓는다.


 사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날에,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신 이 봄날에 세련된 이바디의 무드를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순수하고 담백한, 그래서 음악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음반이 바로 이바디의 음반이다. 애써 치장하려 하지 않아도 예쁘고 섬세하다. 아름다움은 조용히 빛이 난다.

글/ 팝컬럼리스트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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