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초, 댄스 넘버 ‘그녀와의 이별’ 이 대박이 나게 된 우연한 일이었다. 김현정은 이곡이 발표된 지 한참이 지나도 별 반응이 없자 후속 음반이나 빨리 준비하고 데뷔앨범 활동을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클럽 가에서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기회를 잡은 김현정은 최선을 다했고, 방송과 라디오는 그녀의 시원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노래도 신났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가창력이었다. 락 음악으로 다져진 시원한 창법과 보이스는 ‘따라 부르기 힘든 댄스음악’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노래방 유저들에게 노래 실력 뽐내는 곡으로 김현정의 곡들이 간택을 받은 것도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두 번째 앨범도 국내 최고의 히트 메이커들에 의해 데뷔 앨범과 비슷한 색깔을 보였다. 1집과 마찬가지로 듣기 편하고 대중적인 음악을 만든다는 모토는 변하지 않았다. 세 번째 앨범도 그랬다. ‘너 정말?’ 이나, ‘멍’, ‘거짓말처럼’ 같은 넘버들은 모두 하나같이 ‘대중친화력’ 이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3집 쯤 되자 한 가지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지도는 계속해서 올라갔지만, 똑같은 색깔 안에 자신을 가두는 오류를 범하게 된 것이다. 5집 [Diet]는 1집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5년 작 [Fun Town 20]는 폭탄 중에 폭탄이었고, 2006년 [Dance With Hyun Jung]도 결국은 댄스로 귀결되며 가창력을 가리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진정 '한우물만 파는 가수‘ 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야 했다. 5집을 넘어서면서 발표한 앨범들이 생각대로 잘 안 풀린 것도, 결국 대중들이 느낀 지겨움 때문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르면서, 김현정에게 필요한 건 ’변화‘ 라는 사실이 다시금 절실하게 다가왔다. 2008년 [In And Out]는 서막이었다. 데뷔 10년차를 넘어선 댄스 가수 김현정은 몸을 흔드는 데 필요한 댄스를 잠깐 뒤로 숨기고, 미디엄 록을 꺼내들었다. 물론 과감한 드라이브와 시도는 아니었다. 한꺼번에 스스로의 음악적 톤을 바꾸기도 어려울뿐더러,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모호함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토록 버리기 어려웠던 자신의 색깔을 조금 걷어내며 가창력에 걸맞은 변화를 시도하는 김현정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경력과 연륜만큼의 뮤지션이라는 의미를 놓아두기에 아까웠던 과거의 모습을 떨쳐내었다는 데 큰 의의를 부과해야만 하는 앨범이기도 했다.
이번 디지털 싱글은 [In And Out]에서 보여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하는 곡이다. 일단 방향은 ‘복고’ 다. 팝 시장에서의 복고 열풍은 재즈와 빈티지 사운드를 위주로 일어났지만, 가요 시장에서의 복고는 80년대 지향적이다. 손담비의 ‘토요일밤에’ 도 그렇고, 디스코를 표방했던 숱한 가수들의 곡도 비슷한 코드를 지니고 있었다. 80년대 씬시팝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락사운드와 신디사이저를 조화 시켰다. 단순한 댄스곡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보이고, [In And Out]에서의 변화와 기존의 트렌드 감각을 함께 가져가려 애쓴 흔적도 보인다. 아마 ‘신사동 호랭이’ 도 이 부분을 가장 신경썼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김현정 표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느낌들이 상당부분 실종되었고, 왜 하필이면 복고에 편승했는지도 약간은 의문이 든다.
‘골드미스가 간다 송’ 은 싱글녀들의 희망가를 표방했다. 물론 김현정은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시원한 가수다. 뒤늦게 정말 당당한 뮤지션으로 서기위해 노력을 시작했지만, 뒤늦게 시작한 걸음이 오히려 더 빨리 달려갈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 싱글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에서도 멋진 ‘골드미스’ 가 되겠다는 자신감이다.
글/팝컬럼리스트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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