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끝자락부터 시작해 레이디 가가(Lady Gaga) 광풍은 끝이 없다. 마치 고물상에 버려진 소품들을 붙여놓은 것 같은 독특한 의상, 리본 모양으로 올린 백발에 가까운 생머리, 심심하면 바지를 잊어버리고 나온 듯 민망한 의상, 그리고 야시꾸리한 가사와 성적인 안무까지, 그녀를 설명하려면 끝이 없다. 노찌롱(!)씨가 직접 전수한 것 같은 똘끼(!)가 가득한 여자, 그래서 돌아이 어워드에 나오면 한 방에 1등을 차지할 것 같은 여자, 레이디 가가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이렇다. 이런 어마어마하고 충격적인 이미지 덕분인지 대중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똑같은 섹시함에 똑같은 예쁜 짓이라면 얻지 못했을 인기 아니겠는가?
기괴함의 역사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살 때 뉴욕 음악학교에 조기 입학했고, 20살 때부터는 이미 히트 감각을 완벽하게 충전하기 시작했다. 실력도 기괴할 정도로 대단했던 것이다. 문제는 음악 실력과 매치가 잘 안 되는 튀는 외모였다. 이것 때문에 레이블과의 계약이 한 번 해지된 적도 있다하니 더 말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날개를 다는 법, 그녀의 재능과 이미지를 무한 신뢰했던 에이콘(Akon)이 손을 잡아주면서 그녀는 비상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기나긴 비하인드 스토리와 ‘가가여신’ 이라는 별명을 뒤로해도 정말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따로 남아있다. 바로 음악에 대한 부분이다.
첫 번째 싱글로 발매되어 엄청난 인기를 모은 ‘Just Dance'를 보면 알 수 있다. 충만한 일렉트로니카 느낌이 가가의 섹시한 보컬, 콜비 오도니스(Colbie O'Donis)의 막걸리 같은 구수한 음색과 함께 펼쳐진다. 게다가 쭉쭉 뻗치는 코러스 부분은 답답한 변비 뚫리듯 시원시원하고, 신시사이저의 협공은 듣는 이를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게 만든다. 완성도가 탄탄한 것이다. 물론 장점에도 불구하고 차트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발매된 지 6달 정도가 지나서야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서서히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 음악이 괜찮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도 있다.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곡이 아니라 들어보고, 또 들어보고, 다시 들어볼수록 음미할 거리가 있는 ’맛있는‘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싱글 ’Poker Face'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양산하면서도 중독성 넘치는 코러스는 제대로 살았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짜릿한 역동성도 존재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연이어 차트 1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Genie In A Bottle' 과 ’What A Girl Wants' 를 연속 1위에 올린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는 처음 세운 이정표라니 최강의 신인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넘버원 싱글이 된 이 두곡 말고도 앨범에는 매력적인 넘버가 가득하다. 예술적 훅을 지닌 힙합 ‘Beautiful, Dirty, Rich', 순도 99.9% 일렉트로닉 팝 ’I Like It Rough', 전기 냄새 가득한 미래지향적 싱글 ‘Starstruck', 일명 ’가가표‘ 가사로 끈적하게 버무린 ’Love Game', 그리고 독특한 느낌의 레게풍 넘버 ‘Eh, Eh(Nothing Else I Can Say)' 까지 단 한 곡도 버릴 게 없다. 일단 디스크를 플레이 하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추기가 싫어진다. 한 곡 건너뛰기도 싫어지는 중독성, 마치 리스너는 무시무시한 팜므파탈에서 홀린 듯 가가의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MTV와의 인터뷰 세션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날 알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날 알고 싶어하기를 원한다’ 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제2의 마돈나’ 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가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오리지널리티가 뛰어나다. 더 알고 싶어지고, 알아야만 속이 시원해 진다. 긴 말이 필요없는 아티스트이다. 자유롭게 싶은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의 미래가 더욱 더 궁금해 진다.
글/팝컬럼리스트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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