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존(Lil Jon)은 생긴 건 과격(!)하고 독특(!)하지만, 누구보다도 선구안을 지닌 남자다. 크렁크 앤 비(Crunk & B)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며 첫 번째 주인공으로 시아라(Ciara)를 낙점했고, 그의 선택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강렬한 비트와 어울린 그녀의 시원스런 이목구비와 섹시한 매력, 그리고 화려한 춤 실력은 단숨에 시아라를 ‘크렁크 프린세스’ 로 등극시켰다. 일각에서는 가창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지막한 보이스와 어우러진 크렁크 음악의 매력은 모든 걸 묻어버렸다. ‘Goodies'를 비롯, ’1, 2 Step'까지 연이어 빵빵 터지며 차트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히트만큼 따라오는 부담이 있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크렁크에 관한 것이었다. ‘첫 번째’ 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크렁크 하면 자연스럽게 시아라를 떠올리게 되었고, 결국 한 장르에 갖혀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시아라 본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두 번째 앨범 [The Evolution]은 제목 그대로 ‘진화’ 된 음악을 담았다. 릴 존 뿐 만 아니라 윌 아이엠(Will.I.Am)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하며 R&B와 힙합 느낌을 살린 곡들을 많이 담았다. ‘Promise' 나 ’Like A Boy', 그리고 ‘Get Up' 까지 장르 확장에 대한 욕심을 부렸고, 작곡과 프로듀싱에도 참여하며 아티스트로 거듭나고자 하는 열정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데뷔 앨범만큼의 센세이션은 일으키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3번째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진작부터 들려왔다. 원래 2008년 초에서 중순 사이에 새 앨범 발매를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티페인(T-Pain)과 작업한 'Go Girl' 이 공개됐다. 하지만 싱글 공개와 함께 새 앨범이 출시될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미지근한 반응속에 앨범 발매는 계속 연기되어 2009년까지 넘어왔고, 1월과 3월에 ‘Never Ever'와 ’Love Sex Magic'이 공개되며 잊혀졌던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증폭되었고, [Fantasy Ride]가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외신 정보에 따르면 [Fantasy Ride]는 3장의 앨범으로 구성된 형태였다. 각각 크렁크와 그루브 사운드, 댄스 음악을 담는 프로젝트 였는데 막판에 무산이 되어 프로젝트 시에 만들었던 음악을 모두 한 장의 CD에 담게 된 결과물이 바로 [Fantasy Ride]다. 화제를 몰고 다닌 싱글 ‘Love Sex Magic'은 단연 돋보인다. 외설논쟁까지 일으키며 성적인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힘은 곡의 섹시한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며 큰 힘이 되었다. 마법과도 같은 농염하고 묵직한 비트와 드럼은 곡의 매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위기의 남자‘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과 함께한 ’Turntable'과 미시 엘리엣(Missy Elliot)과 함께한 ‘Work'도 매력적인 트랙이다. 두 곡 모두 전자음을 많이 사용했지만, 중용의 미덕을 잃지 않았다. 감각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리스너와 함께 일렉트로 사운드 위를 질주한다. 쉽지 잊기 힘든 흥겨움이다. ’Lover's Thing'과 ‘Never Ever'는 색다른 느낌이다. 물론 전작의 ’Promise' 나 데뷔앨범의 ‘And I' 에서 보여준 감각이지만, 감성은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다. 나지막한 보이스라 스펙트럼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1집 때 보다는 많이 발전한 모습이다.
앨범자켓을 본 사람은 모두들 놀랬을 것이다. 마치 슈퍼히어로 무비에나 등장할 법한 현란한 만화와 시아라의 실사 사진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캐릭터를 ‘슈퍼 씨(Super C)’ 라고 부른다. 시간을 많이 미룬 만큼 다양한 음악을 담은 앨범이 나왔다. 슈퍼 히어로 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용기, 그래서 자신만의 판타지를 완성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바란다. 시아라는 아직도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글/팝컬럼리스트 노준영
사진/소니뮤직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