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로 또 같이’ 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호란’ 은 작가로서의 능력도 뽐냈고, 이바디를 통해 평소 하고 싶었던 음악을 맘껏 선보였다. ‘알렉스’ 는 주로 TV에서 활동하며 대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DJ 클래지’ 는 유명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을 벌이며 트렌드 감각을 다듬었다. 그러던 그들이 2년 만에 다시 원래 자리인 ‘클래지콰이’ 로 뭉쳤다. 지난해 스페셜 앨범이었던 [METROTRONICS] 를 통해 트렌드 감각을 잊고 광폭한 일렉트로니카를 선보였다면, 4번째 정규 앨범인 [MUCHO PUNK] 는 세련되면서도 신선한 대중적 감각을 맘껏 뽐내고 있다.
일단 앨범의 컨셉이 무척 독특하다. 자켓과 티저,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본 이라면 누구나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우락부락한 레슬러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번 앨범의 컨셉은 영화 ‘나쵸 리브레’에서 받은 프로레슬러의 모습을 통해 만들어졌다. 잭 블랙이 우스꽝스럽지만 열정 가득한 레슬러로 분해 열연을 펼쳤던 바로 그 영화다. 극 중에서 보여지는 잭 블랙의 모습은 유니크함 그 자체다. 수도원에서도 단연 튄다. 레슬러로서도 뭔가 어색하게 튀는 매력이 존재한다. 클래지콰이의 영감도 잭 블랙의 모습과 닮은 부분이 많다. 어디에 내놔도 튀는 음악을 선보이니 말이다. 앨범 제목과 구성도 독특한 영감 속에 유니크하게 터져나왔다.

[MUCHO PUNK]는 "난 조금 더 펑크다" 라는 의미로 "MUCH"의 스페니시 "MUCHO"를 따와 만든 제목이다. 앨범 방향성을 뉴 웨이브 사운드와 펑키적인 요소로 잡아놓은 ‘DJ 클래지’의 의지가 타이틀에서부터 엿보인다. 타이틀 곡 ‘Love Again'은 일렉트로니카 비트 위에 클래지콰이 만의 멜로디가 어우러진 하우스 일렉트로니카 넘버다. 리스너와 밀고 당기는 분위기가 무척 자극적이고,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를 이어온 듯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게다가 뮤비에 등장하는 ’신이 내린 몸매‘ 제라 마리아노는 섹시한 자태를 팍팍 뿜어낸다. 그야말로 ’Hot' 한 사운드의 완성인 것이다. 알렉스와 호란의 차가운 보컬도 곡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만나는 리스너들에게 기대만큼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수작이다. ‘크리스티나’의 솔로 곡인 ‘Kiss Kiss Kiss' 도 독특하다. 최근 가요계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후크송‘ 을 반복적이며 강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이용해 다른 각도에서 표방했다. 계속해서 들으면 블랙홀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중독성을 느낄 수 있는 넘버다. 미래지향적이고 트렌디한 사운드 보다는 알렉스가 보여주었던 포근함과 달콤함을 원한다면 ’초콜릿 트러플‘과 ’사랑 끝에‘ 가 좋은 선택이다. 미디엄 템포를 지닌 부드러운 넘버 ’초콜릿 트러플‘ 은 알렉스가 가지고 있는 보컬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알렉스를 위한 곡이며, ’사랑 끝에‘ 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그루브한 곡으로 역시 마음을 움직이는 감수성을 잔뜩 지니고 있다. 이밖에 호란이 풍부한 감수성을 보여준 ’Take a Walk', 뉴 웨이브 느낌을 잘 살린 ‘The Road', 이국적 느낌이 돋보이는 ’라푼젤‘ 등도 놓치면 안 될 완성도 높은 싱글들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옛 속담이 있지만, 클래지콰이가 벌인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거리가 넘쳐난다. 기초적인 사운드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대중성을 잘 버무려놓았고, 복고 트렌드도 잘 읽었으며, 사운드도 예쁘게 구현해 내었다. 일본으로 뻗어나가는 그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무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클래지콰이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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