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는 무대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가십(The Gossip)의 베스 디토(Beth Ditto)는 이 당연한 진리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온몸으로 증명했다. 그녀의 살집이 열정적으로 흔들릴 때 마다 록 매니아들의 마음도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녀의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는 록 매니아들의 가슴에 베스 디토의 이름이 새겨진 후였다. 사실 가십의 존재감은 상당히 미미했다. 미국에서도 인디밴드였고 팝 시장 자체의 수요가 크지 않은 국내시장에서 발매된 앨범도 한 장 밖에 없는 열약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베스 디토는 긴 말은 하지 않은 채 몸으로 부딪혔다. 그 결과가 엄청난 인지도였다. 영웅호걸 부럽지 않은 화끈한 여장부, 페미니스트 레즈비언으로 이빨도 화끈한 그녀, 베스 디토가 해낸 것이다.
[Music For Men] 은 국내에 두 번째로 발매되는 앨범이다. 라이브 앨범에서 보여준 강력한 화력은 [Music For Men] 에서도 여전하다. 일단 앨범 제목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남성들을 위한 음악, 한 눈에 봐도 역설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압박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그녀가 만든 남성들을 위한 음악은 그야말로 그녀의 관점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메시지와 기획도 정말 그녀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음악의 면모도 다이너마이트 같은 화력을 맘껏 뽐낸다. 일단 타이틀 싱글 ‘Heavy Cross'를 주목하자. 긴장감 넘치는 도입부로 시작해 락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화끈하고, 댄서블한 곡이다. 베스 디토의 소울풀한 보이스는 공격력 넘치는 라인에 더욱 더 힘을 얻는다. 라이브 무대에서 보면 더 멋질 것 같지만, 스테레오로 들어도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격렬하게 달려드는 락앤롤 넘버 ’8th Wonder', 영국 개러지 사운드를 생각나게 하는 ‘Vertical Rhythm', 'Heavy Cross' 만큼이나 댄서블한 ’Pop Goes The World' 들은 무차별 공습을 이어간다. 가십과 베스 디토가 공유하고 있는 특유의 공격성이 빛을 발하면서 말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베스 디토가 인터뷰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고백한 ‘Men In Love'도 주목할 만한 곡이다. 앨범 전체의 색깔을 규정하는 메시지와 베스 디토의 진정성을 알고 싶다면 꼭 들어봐야만 한다. 이밖에 복고 코드를 읽을 수 있는 ’2012‘와 ’Love and Let Love', 펑크 트랙 ‘For Keeps' 등도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좋은 트랙들이다.
메이저 데뷔작인 [Music For Men] 은 가십이 왜 그렇게 주목받아 왔는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베스 디토가 단순히 몸무게만 많이 나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확연히 증명해 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을 베스 디토의 중량감이 아니라 앨범에 실린 음악들의 중량감이다. 댄서너블하면서도 그런지하고, 그런지하면서도 펑키하다. 시종일관 앨범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건, 그래서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베스 디토는 유례없는 보컬리스트이자 독설가이며 달변가다. 그렇다고 입으로 음악을 했다는 오해를 했던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통해 베스 디토의 팬이 되기를 권장한다. 언제든 우리에게 강펀치를 날릴 수 있는 그녀이지만, 음악만큼은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 언젠가 다시 한국에서 그녀의 땀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한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사진/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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