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Sorrow] 를 내고 ‘선택’ 으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라틴댄스와 테크노를 이용한 시원시원한 댄스 음악과 섹시한 안무는 단숨에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집 [Rouge] 는 한층 강력해진 라틴 댄스로 백지영을 ‘댄싱퀸’ 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Dash' 와 ’Sad Salsa' 가 그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금 와서 돌아보면 공백기 이후 처음 발표했던 4집의 타이틀 ‘미소’ 도 댄스곡이었다. 발라드 곡이었던 ‘사랑 안 해’ 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젖혔고 ‘총 맞은 것처럼’ 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댄스곡은 그녀에게 버리기 힘든 유혹이자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아련한 추억을 선사한다.
그러나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트렌드는 변했다. 라틴을 차용한 댄스 음악 보다는 전자음 넘치는 일렉트로닉 성향의 댄스곡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미니앨범 [Ego] 는 그녀에게 색다른 시도였다. 발라드에 매몰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댄스 본능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댄스 음악의 매력을 살려내야 하는 임무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가요계에서 쌓은 내공이 어디 보통내공이던가. 이미 만렙(!)을 찍어도 찍었을 경력, 수많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미니 앨범 수록곡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댄스는 뭐니 뭐니 해도 듣는 이를 흥겹게 만들어 주는 센스가 돋보여야 한다. ‘내귀에 캔디’ 를 들어보면 백지영은 최신 미국발 트렌드 댄스곡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짐승돌’ 택연과 주거나 받거니 여유롭게 곡을 끌고 가며 분위기를 장악한다. 왕년의 ‘댄싱퀸’ 의 위력은 아직 그대로 인 듯하다. 댄스면 댄스, 발라드면 발라드, 문제없이 곡을 만들어 내며 미니 앨범 전체를 조율한 방시혁의 감각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어’ 는 미국발 트렌드에서 약간 벗어난 ‘토종’ 댄스 넘버다. 물론 아예 트렌드를 지워버린 곡은 아니지만,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흔들었던 댄스곡을 다시 듣는 듯 해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든다.
백지영은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가수다. 댄스라는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고, 발라드라는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데뷔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능력 덕분에 그녀는 아직도 대중들에게 보여줄 게 많다. 우윳빛깔 백지영, 그녀의 유통기한은 무한대다.
글/음악평론가 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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