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지콰이와의 첫 만남은 확실히 문제적이었다.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알게 된 사이트에서 mp3로 링크만 되어있던 음악을 들었다. 가수의 이름도 잘 모른 채 행한 일명 ‘도둑청취’ 였다. 자미로콰이의 느낌과 함께 몽환적으로 몰려오는 인코그니토의 짜릿함과 하우스의 흥겨움이 함께 어우러진 첫 느낌은 정말 강렬했다. 마치 물건너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 기분이었지만 한글 가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자극적이었다. 가요계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가수 하나 나왔다는 반가움도 역시나 함께 였다.

그런 그들이 처음으로 손에 쥐어준 음반이 [Instant Pig] 이다. 첫 앨범은 3가지 요소로 정의할 수 있다. 앨범에 담겨있는 음악들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애시드 재즈, 시부야 K, 보사노바, 라운지 등등 많은 음악 색깔이 한꺼번에 들어간 파스텔 톤 음악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채로움이 첫 번째 요소이다. 두 번째 요소는 낯설게 하기 이다. 국내에서 생경한 음악장르를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려 들고 나온 과감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요소는 이런 파스텔 톤이 섞인 과감함을 감싸안아주는 호란과 알렉스의 보이스이다. 무감각해 보이지만 슬픈 음색을 가지고 있다. 질러대는 창법으로 엄청난 가창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멜로디 위에 살짝 올려놓은 보이스의 무게는 연약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묵직하지도 않다. 듣는 이에게 있어 묘한 매력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은 앨범 전체를 타고 흐르며 클래지콰이라는 특별한 팀명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생경한 음악을 친숙히 들리게 만드는 마법의 힘과 함께 말이다.

나쁘게 보면 ‘시장조사’고, 좋게 보면 ‘음악적 실험’ 이다. 영감을 받은 원천은 분명히 외국곡들이겠지만, 가요적 색체와 해석을 놓치지 않았고 동시에 음악성까지 확보해 내었다. 이제는 지르고 올리는 것으로 가수를 판단하는 ‘한국형 가창력’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Instant Pig] 는 어느새 타성에 젖어버린 우리의 가요계를 놀라게 만드는 짜릿하고 섬뜩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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