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ystal Meyers - Make Some Noise

- ‘버블락 신드롬’, 그 열풍에 관하여

 

MTV 개국 이래 이어져 왔던 비주얼 열풍은 2000년대에도 이어졌다. 틴팝열풍을 주도하던 엔싱크(N'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귈레라(Christina Aguilera)는 섹시한 매력에 뛰어난 음악성까지 겸비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10대들은 자신만의 스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젖혔고, 상업적인 마인드까지 겸비한 기획사와 아티스트는 흥행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내 단순한 음악코드와 똑같은 마케팅 방식에 실증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음악, 신선한 아티스트의 등장을 간절히 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02, 팝계에는 큰 변혁이 일어난다. 그동안 이어져 오던 지배적인 여성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한 번에 뒤집어 엎어버린 여장부(!)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었다. 예쁘장한 외모에도 당돌하게 락 음악을 들고 나와 밴드 멤버들과 몸을 부딪치고 소리 지르는 에이브릴 라빈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빌보드차트는 당연히 그녀의 차지였고, 국내 시장에서도 이례적으로 10만장이 넘는 앨범을 팔아치우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틴팝 열풍을 잠재워 버린 ‘버블락 신드롬’ 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에이브릴 라빈의 성공 이후, 미셸 브랜치(Michelle Branch), 피피 돕슨(Fefe Dobson), 케이티 로즈(Katy Rose), 힐러리 더프(Hilary Duff)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락 음악을 들고 나와 승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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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릴 라빈 만큼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는 없었지만,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팝 음악의 역사의 한 획을 장식한 공로는 인정받을 만 하다. 일각에서는 락 음악의 본질을 훼손하고, 음악적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크로스오버, 그리고 장르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진다. ‘버블락 신드롬’ 은 락 음악 재해석이었고, 대중들은 가냘픈 몸에 버거워 보이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소녀 락커들의 모습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현재, ‘버블락 신드롬’ 은 다양한 락 음악을 구현하며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디바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펑크를 가미한 신나는 락을 선보인 스카이 스윗남(Skye Sweetnam) 등이 그 대표적인 기수들이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는 크리스탈 메이어스(Krystal Meyers) 역시 여성 로커 바람을 한 단계 끌어올릴 재목으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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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처럼 빛나는 재능, 그녀를 위한 이야기

 

크리스탈 메이어스는 1988 6 31,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성경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신앙심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음악 재능을 뽐내고 싶었던 그녀는 10살 때 처음 작곡을 시작했고, 13살 때는 기타로 어쿠스틱 연주를 하며 스스로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에 이른다. 그녀의 음악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타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신앙심을 나타내는 의미심장한 가사와 함께 기타 리프를 만들며 착실히 음악을 해 오던 크리스탈은 마침내 16살이 되던 2005,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내놓게 된다. 락을 기반으로 한 CCM 음악은 당시 크리스찬 사회에 큰 화제를 일으켰다.

 2006
년에는 두 번째 앨범 [Dying For A Heart]를 내놓으며 음악 활동에 가속도를 붙인다. 데뷔 앨범보다 한층 진화된 락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녀를 두고, 평론가들은 ‘크리스찬 에이브릴 라빈’ 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CCM 음악을 하면서도 에이브릴 못지않은 하드한 감성을 표출하는 그녀를 위한 찬사였다. CCM 가수들을 위한 시상식인 도브(Dove)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보컬’ 상에 두 번씩이나 노미네이트되는 기쁨도 누렸다.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차트에서 기라성 같은 팝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나일론(Nylon) 메거진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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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음악적 욕심이 많았던 어린 소녀는 CCM으로 국한되는 걸 원치 않았다. 메인스트림계에서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는 진짜 락커가 되기 위한 노력은 끝이 없었다. 스테이시 오리코(Stacie Orrico) CCM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무대에 서기 위해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던 것처럼, 그녀의 락 음악 탐구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2008, 그녀는 2년간에 작업 끝에 세 번째 앨범 [Make Some Noise]를 내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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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디에 대한 탐구, 비틀즈형 음악의 진화

 

크리스탈은 그 동안 시도한 음악에서 하드한 락 느낌과 어쿠스틱한 멜로디를 결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는 소녀락커들의 음악이 틴팝적인 색깔에 기타 리프만 올려놓은 단순한 형태였다는 것에 대한 그녀 나름의 반성이다. 실제로 여성 락 음악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의 부재’ 에 시달렸다. 가수는 많지만, 음악은 없다는 역설적인 현실 때문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은 모두 ‘버블락’ 이었고, 결론적으로 음악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브릴 라빈 이후에 우후죽순 등장했던 소녀락커들이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에슐리 심슨(Ashlee Simpson)같은 몇몇 아티스트들은 고민 끝에 음악 노선을 수정하기도 했다. 크리스탈은 최근 트렌드에서 간과한 음악 요소 한 가지를 찾아냈다. 바로 ‘멜로디’ 이다. 언제부터인가 트렌드는 비트를 강조하고, 멜로디를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니요(Ne-Yo)가 근근이 멜로디 명맥을 이어왔지만, 그 마저도 새로운 앨범에서는 비트로 선회했다. 패닉 앳더 디스코(Panic! At The Disco)가 펑크와 멜로디를 결합하는 시도로 ‘비틀즈의 펑크버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것처럼, 크리스탈은 락 음악에 어쿠스틱한 멜로디를 섞는 시도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코드에 관한 탐구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 앨범의 히트 싱글 ‘The Way to Begin’ 은 메이저와 마이너 코드를 자연스레 넘나드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CCM 음악 잡지의 말처럼, 다른 아티스트들이 하지 않는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흔적만으로 크리스탈은 가치 있는 아티스트라 할만하다. 21C 음악의 생명력은 차별화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메인스트림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더 튀는 색깔로 눈에 띄어야만 한다. 19살의 어린 소녀는, 이미 트렌드를 넘어 개성 있는 락커가 되기 위한 준비를 끝낸 것이다.

 


- 2008년 그녀를 주목하라!  새로운 소녀 락커의 등장

 

그렇다면 크리스탈 메이어스의 음악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새 앨범 [Make Some Noise]에는 앞으로 그녀가 추구할 음악 방향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일단 첫 번째 싱글로 커트 된 ‘Make Some Noise’는 힘 있는 멜로디를 가진 팝 트랙이다. 현재 미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데이브 더비(Dave Derby)가 참여한 이 곡은 10대들의 감성에 잘 어울린다. 크리스탈은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퍼포먼스 때 마다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고 말한 바 있다. 틴팝적인 성향이 짙은 곡이지만, 가볍게 들리지는 않는다. 2000년대에 쏟아져 나왔던 음악들을 답습하지 않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Love It Away’ 도 마찬가지다. 10대 소녀만이 가질 수 있는 톡톡 튀는 감수성이 느껴진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조시아 벨(Josiah Bell)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자칫 단순하게 흐를 수도 있는 진행에 몽환적 분위기를 더했다. 힐러리 더프의 ‘Come Clean’이 생각나기도 하고, 에슐리 심슨의 ‘Outta My Head’가 떠오르기도 한다. 전자음을 사용하고 변주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발전적 방향으로 받아들인 부분이다. 조시아는 ‘Shine’‘Feel So Right’, 그리고 ‘In Your Hands’ 에도 참여해 앨범 색깔을 다채롭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Shine’ 80년대에 대한 지향성이 드러나는 곡으로 앨범의 백미 중 하나다. 곡 전반을 타고 흐르는 전자음과 디스코팝의 내음은 유리스믹스(Eurythmics)의 초창기 음악과 닮았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불고 있는 복고지향적인 음악 열풍에 한 축을 더하고 있다. 더피(Duffy)나 더 킬러스(The Killers)와는 또 다른 새로운 형식의 80년대 음악 재해석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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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 초반부의 다양한 트랙들을 뒤로하고 ‘S.O.S’ 부터는 화끈한 락 음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크리스찬 락 계의 거물, 이안 익스케린(Ian Eskelin)이 참여한 이 곡은 무게 있는 멜로디와 달리는 기타 리프가 잘 어울린 곡이다. 그 동안 소녀 락커들의 음악에서 제기되 온 문제는 음악성에 대한 문제가 주를 이룬다. 단순한 연주, 그리고 기타 리프를 팝음악처럼 만들어 버리는 프로듀서들에 대한 비난도 빠지지 않았다. 크리스탈 메이어스는 이런 문제를 ‘S.O.S’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스스로 만든 음악에, 뛰어난 뮤지션들을 초대해 도움을 받으며 버블락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묵직한 라인을 이끌어 가는 반항아적 기질도 다분하다. ‘핑크걸이라 부르고 싶은 아리따운 용모와는 전혀 다른 화끈함이다. 이어지는 ‘My Freedom’ 도 빼놓을 수 없다. 크리스천 락 밴드를 이끌고 있는 리더, 필립 라루(Phillip LaRue)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이 곡은, 남자 밴드 연주에서도 듣기 어려운 육중한 라인을 느낄 수 있다. 켈리 클락슨의 ‘Behind These Hazel Eyes’보다 무겁고, 에이브릴 라빈의 ‘When You’re Gone’ 보다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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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애환과 고민을 노래한 가사는 그녀가 CCM 뿌리를 거두지 않았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스테이시 오리코도 대중적인 곡을 부르면서 가사를 통해 CCM의 향수를 전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크리스탈 역시, 자신의 음악적 고향에 대한 예우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이밖에 코러스 라인을 타고 흐르는 신디사이저의 음향도 좋고, 비트도 깔끔해 파트 트랙으로도 손색이 없는 ‘Beautiful Tonight’, 어쿠스틱 연주가 담백한 ‘Up To You’, 이안 익스케린이 대중적인 색깔을 더한 ‘You’ll Never Know’ 등도 꼭 들어봐야 할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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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감성의 무한 발산,  Krystal Meyers

 

 가끔 음악을 듣다 보면, 똑같은 장르를 들고 나와도 새로운 시도와 창의력으로 무장한 앨범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을 듣다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가 아닌가 한다. 크리스탈 마이어스는 오랜만에 만난 ‘4차원아티스트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감성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에이브릴 라빈 이후, 여성 락 음악계는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할 대안도 없고, 눈에 띄는 신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크리스탈 마이어스가 왔다. 트렌드는 다시 앞으로 한 단계 나아가려 하고 있다. 이 변화에 중심에 그녀가 있다. 2008, 크리스탈 마이어스를 주목하라!

by 노준영 | 2008/07/13 16:46 | Album Tal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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