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3인조의 흥미로운 첫번째 대본




- The Irish Soul


 

 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들은 영국이나 미국 뮤지션들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주목받기 시작하면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U2(유투)부터 시작해, 주류 팝 과는 다른 그들만의 개성으로 승부한 것이 인기의 열쇠였다. 이런 선배 뮤지션들을 뒤로하고, 얼마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밴드가 있다. 월드-클래스급 신인이라는 호들갑에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부담스러운 루머들을 이겨낼 만한 음악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스크립트(The Script)를 위한 이야기이다.

 

 

 

- 그들에 관하여


  스크립트는 더블린 출신으로 기타 보컬의 대니 오'도나휴(Danny O'Donoghue)와 기타의 마크 시한(Mark Sheehan), 그리고 드럼에 글렌 파워(Glen Power)로 구성되어 있다. 멤버 중 대니와 마크는 미국에서 프로듀싱 일을 하며 트렌디 감각을 충전했다. "다크 차일드" 로 유명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나 냅튠즈(The Neptunes), 그리고 테디 라일리(Teddy Reilly)와 같은 대형 프로듀서들과 작업한 건, 그야말로 엄청난 자산이었다. 그러나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던 이들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더블린으로 돌아와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게 된다.

 

 이 후 RCA에 소속되어 있는 레이블 포노제닉(Phonogenic)과 계약하면서 런던에서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3인조 밴드체계를 완성하며 발표한 싱글들은 그야말로 대박행진이었다. 데뷔 싱글 'We Cry'는 BBC 라디오에서 '이주의 싱글'로 선정되었다. 두 번째 싱글 'The Man Who Can't Be Moved' 역시 많은 영국과 유럽 방송국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We Cry]는 영국 싱글 차트 15위, 그리고 아일랜드 싱글차트 9위에 올랐는데, 별다른 홍보가 없이 거둔 성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훌륭한 결과이다. 리스너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음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사건이기도 했다.

 

 


- 데뷔 앨범, 어떤 음악이 담겨있을까?

 

 그들의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에는 도대체 어떤 음악이 담겨 있길래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일까? 첫 번째 싱글 ‘We Cry' 는 부담되지 않는 멜로디가 깔끔하게 담겨있는 팝 튠이다. 최근 밴드들의 화두는 ’서정성‘ 이 아닌가 한다. 강력한 락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곡들보다는 누나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만한 말랑한 멜로디가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립트의 음악은 이런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는다.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재미없지 않다. 담백하지만, 단순한 라인이 아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도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번째 싱글 ’The Man Who Can't Be Moved‘ 는 미드템포 발라드 트랙이다. U2나 콜드플레이(Coldplay), 브릿팝을 이끄는 트래비스(Travis)의 음악을 즐겨 듣는 리스너들을 한 번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곡이다. 어쩌면 흔한 멜로디라고 폄하할지 모르지만, 듣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스크립트의 음악에는 이런 감동이 있다. ’Breakeven‘에는 아일랜드 밴드 특유의 드라이브가 있다. 마디 중간 중간 활짝 터뜨려 주는 보컬 대니의 보이스는 매우 매력적이다. 무리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We Cry'에서 찾았던 담백함은 앨범 전체에 이렇듯 몰래몰래 자리하고 있다.

 

 흥겨운 락앤롤 넘버 ‘Rusty Halo’, 점진적으로 분위기가 고조되며 진행되는 ‘The End Where I Begin’, 마룬5(Maroon5)의 부드러운 느낌을 가져온 듯한 ‘If You See Kay’ 도 모두 좋은 트랙이다.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곡과 같은 제목을 지닌 ‘I'm Yours’ 는 포크 발라드 곡이다. 달콤한 향수를 자아내며 여성들에게 특히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도 계속될 그들의 대본(Script)


 

 스크립트가 만들어 낸 첫 번째 대본은 그야말로 가능성의 결정체이다. 아직까지 이들의 대본에는 결말이 없다. 해피엔딩일 수도 있지만, 비극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크립트는 해피엔딩의 가능성을 한껏 높여놓았다. 트렌드라는 건 참 무섭다. 미국과 영국, 두 나라 모두 단순한 전자음의 열풍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스크립트의 음악은 팀발랜드(Timbaland)와 티페인(T-Pain)의 비트가 너무 가볍고 화려하기만 해 팝을 듣기 쉽지 않았던 세대와, U2의 음악은 너무 구세대적이라 생각했던 세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제 남은 건 그들이 만들어 낸 대본의 아름다운 결말은 차트에서 지켜보는 것이다.

 

by 노준영 | 2008/08/14 16:23 | Album Tal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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