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키델릭의 유산을 찾으려면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적어도 MGMT의 음악을 듣고 나면 과거보다는 뉴욕 인디록씬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뱀파이어 위크엔드(Vampire Weekend)와 함께 뉴욕 인디록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MGMT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사이키델릭 필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한 방에.

기괴한(!) 원주민 복장을 하고 있는 커버의 MGMT는 벤 골드바서(Ben Goldwasser)와 앤드류 밴윈가든(Andrew VanWyngarden)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2002년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음악보다는 노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반을 낼 생각을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실험’ 이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두 사람은 꾸준히 락과 일렉트로니카를 섞는 음악적 실험을 감행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결국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EP 앨범 [Time To Pretend]를 발매하게 된다. 2005년부터 시작한 EP 앨범 발매기념 투어는 2007년까지 이어졌다. 투어 도중인 2006년에는 콜럼비아 레코드와 계약을 맺게 된다. 평단의 열화와 같은 지지도 쏟아졌다. 2007년, 저명한 음악잡지 롤링스톤지는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로 MGMT를 선정했다. BBC에서 실시한 "Sound of 2008" 투표에서도 탑 10에 들며 저력을 과시했다. 음악적 실험, 그리고 타고난 음악성의 결과였다. 대중들도 중독성 있는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빠르게 매료되어 갔다. 2008년 1월에 정식 발매된 데뷔앨범 [Oracular Spectacular]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차트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앨범은 글램록의 느낌을 가득 담은 기타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일명 ‘약물 사운드’ 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첫번째 싱글로 커트된 ‘Time To Pretend’ 는 재미있는 가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 이제 노래를 만들고 돈도 벌고 모델 출신의 마누라도 좀 찾아보자. 파리로 가서 헤로인도 하고 스타들과도 좀 해보자. 우리는 빠르게 살고 일찍 죽기로 결심했다.’ 무엇을 의도하고 만든 가사인지 잘 모르겠지만, 락 스타의 일상에 관한 자신들의 픽션이라 한다. 락 스타들의 화려한 삶의 왠지 아니꼬웠던 것일까. 어쨌든 글램록 느낌의 기타 리프가 매력적인 곡이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섹시한 매력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MGMT의 음악도 그만큼 섹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신시사이저의 사용도 짜릿하다. 곡 전반의 섹시하고 동성애스러운 무드를 조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 싱글로 사랑받은 ‘Electric Feel’ 은 난데없는 팔세토 창법과 반복되는 비트가 잘 어우러진 댄스튠이다. 팔세토 창법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질러대는 건 아니지만, 은근히 사람의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어 놓는 보이스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Weekend Wars’ 는 70, 80년대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곡을 지배하는 글램록의 향기 때문이다. 마치 악기와 기계마저 고물을 사용해 만든 듯한 탁한 느낌은 명확한 복고로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한치의 오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MGMT에게 있어서 복고 지향적인 음악은 아마도 운명이었던 듯 싶다. ‘Kids’ 도 주목해야 한다. 브릿팝 느낌이 강한 인트로로 시작해 신시사이저를 적당히 버무려 대중성까지 확보해 놓았다. 싱글로 커트되어도 손색없는 곡이다. 3분을 넘어서면서 들려오는 연주부분은 중독성의 모든 걸 보여준다.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리스너를 미치게 만든다. 능력있는 뮤지션은 뭔가 다르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4th Dimensional Transition’과 ‘Pieces of What’은 거친 믹싱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이 앨범은 들으면서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 ‘탁함’ 에 있는데,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기에는 이만한 요소가 없다. 듣는 순간 옛 생각에 기쁨이 밀려올 ‘Of Moons, Birds & Monsters’과 데이빗 보위의 오마주가 보이는 ‘The Handshake’ 도 완벽에 가까운 트랙들이다.

현재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은 너무 ‘깔끔(!)’ 하다. 오토튠이 이루어 지고 있는 현실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리스너들은 이런 현실에 극단적으로 이분화 되었다. MGMT는 모든 걸 엎어버릴 수 있는 아티스트이다. 지독히도 60, 70년대스러운 사운드와 제작 환경으로 꽉꽉 채워진 앨범은 지독히도 복고 지향적이다. 오랜만에 옛날 영화 한 편 본 느낌이다.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원초적인 사운드에 대한 향수가 가득 찬 앨범 때문이다. 그들은 너무나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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