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카 심슨(Jessica Simpson)은 음악 잡지 표지모델보다 가십 잡지 구석에 이름을 올리는 걸 더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어쩌면 아티스트보다도 단순한 ‘스타’ 이미지에 더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99년 틴팝 열풍이 미국을 강타할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와 함께 출사표를 던졌다. 나이 또래도 비슷했고, 스타 등용문 [미키 마우스 클럽] 출신이었기에 팝계는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브리트니와 크리스티나에게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수려한 가창력과 특유의 곡 해석력으로 차근차근 캐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데뷔 앨범 [Sweet Kisses] 이후 발표한 앨범들이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제시카는 팬들의 기억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제시카는 반전의 기회를 얻는다. 1집 때 음악 작업을 같이하고, 투어도 같이하며 정을 쌓았던 98 디그리스(98 Degrees)의 훈남멤버 닉 러셰이(Nick Lachey)와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Newlyweds: Nick & Jessica]는 전세계에 방영되며 그녀의 인지도를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방영 시기와 맞물려 발표했던 앨범 [In This Skin]도 대박이었다. 데뷔 앨범이후, 음악의 뒤안길에서 방황하던 제시카는 이렇게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닉과의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돌싱클럽’ 에 가입한 게 너무나도 기뻤던지, 제시카는 화려한 생활을 시작한다. 마룬 파이브(Maroon5)의 아담 레바인(Adam Levine), 존 메이어(John Mayer), 그리고 제시카 심슨과 만난 후 점점 기량이 줄고 있다는 미식 축구 선수 토니 로모(Tony Romo)등과 연애를 이어가고, 음악보다는 ‘가슴’ 으로 주목을 끌었다. 성장기 때는 발육 상태가 지나치게 좋은 가슴 때문에 고민이었다고 하지만, 할리우드 가슴 미인 순위에는 꼭 이름을 올리니 지금은 그리 나쁜 것도 아닌 것 같다. 가십 잡지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핑크색 비키니가 더 유명했던 [해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 The Dukes Of Hazzard], [이 달의 점원: Employee Of The Month], [블론드 앰비션: Blonde Ambition] 등 주로 가벼운 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칭찬과 가십, 그리고 비난을 동시에 받으면서 말이다.

전작의 복고적인 디스코를 뒤로하고, 새 앨범은 컨트리 음악을 할 것임을 선언했던 그녀다. 사실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왜 갑자기 컨트리인지도 의문이었고, 컨트리 스타들은 뿌리가 모호한 그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시카 난데없이 컨트리로 음악적 방향을 돌린 건 아니다. 먼저 영화 ‘헤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 O.S.T에서 'These Boots Are Made For Walkin'을 부르며 컨트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핑크식 비키니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뮤직 비디오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목사의 딸이고 가스펠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녀가, 컨트리를 이용해 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건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이겨냈다. 보수적인 시선을 모두 타파하겠다는 당돌한 의지로 말이다.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와 작업한 브렛 제임스(Brett James)와의 만남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결국 제시카 심슨은 팝 음악을 하며 느꼈던 기쁨과 슬픔을 뒤로하고, 새로운 컨트리 요정으로 태어날 준비에 들어간다. 그녀가 컨트리를 선택하는 건, 전대미문의 도박이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루머와 비난들, 그리고 음악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말이다. 데뷔 앨범과 소포모어 앨범을 들어보면, 그녀가 누구보다도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곡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내는 정성과, 고음을 시원하게 뽑아내는 가창력은 그녀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녀에 디스코그래피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찾아낸 스스로를 가십으로부터 지켜내고, 음악적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바로 컨트리다. 무조건 비난할 게 아니라,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첫 번째 싱글 ‘Come On Over'의 반응은 꽤 고무적이다. 쉴 새 없이 독설을 쏟아내던 컨트리계도 인정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컨트리의 메카 내쉬빌에서 녹음하며 자연의 내음을 그대로 살려 온 ‘Come On Over'는 히트 요소가 다분하다. 제시카 심슨의 이름값도 충분하지만, 상업적 마인드가 많이 제거된 순수한 컨트리 사운드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컨트리계에서도 놀랐을 것이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Do You Know'는 의미가 깊은 싱글이다. 컨트리계의 대모 돌리 파턴(Dolly Parton)이 직접 만들고, 함께 노래까지 불러준 곡이기 때문이다. 작업 기간 내내, 제시카는 돌리 파턴의 총애를 독차지 했다고 한다. 싹싹한(!) 면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대선배가 가능성을 충분히 발견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돌리 파턴의 신뢰라면, 그간 언론이 안겨주었던 부담감과 독설을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소프트한 느낌의 컨템포러리 넘버 ’Remember That' 과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도 울고 갈 밝은 느낌의 ‘Pray Out Loud', 전원과 자연의 내음이 가득한 ’You're My Sunday'도 깔끔한 편곡과 보컬을 자랑한다. 보컬에 대한 건 이미 증명이 되었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컨트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능력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컨트리라는 장르는 창법이 정말 중요하다. 컨트리 본연의 정신과 느낌을 자아낼 수 있는, 아티스트 본인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장르이다. 제시카는 이미 이런 부분을 간파하고 있는 것 같다. 이밖에 신나는 컨트리 넘버 ‘Still Beautiful', 그리고 감정을 충실히 끌어내는 ’Still Don't Stop Me', ‘When I Loved You Like That' 등도 주목할 만 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제시카 심슨은 그동안 음악에서 멀어져 있었다. 평론가들도 호의적인 반응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보냈다. 하지만 이제 제시카는 새로운 시작의 기로에 서있다. 스스로도 음악을 찾아오겠다는 선언적인 의지가 담겨있는 앨범이다. 컨트리의 새로운 장은, 제시카 심슨이 이끌고 갈 것이다. 이제야 방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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